문한림 메디라마 대표, '항암제 개발 시 동반진단 개발 전략' 공유
동반진단 '컷오프 설정' 전략이 중요... 한 끗 차이로 성패 갈린다
블록버스터 항암제인 키트루다는 환자가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처방받을 수 있는 약이 아니다. 환자마다 종양의 특성이 달라 누군가에게는 기적의 치료제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치료에 앞서 해당 종양이 특정 약물에 반응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 CDx)을 통해 사전에 가려내게 된다.
지난 26일 임상개발 전문 기업 메디라마의 문한림 대표는 '항암제 개발 시 동반진단의 변화: 어세이, 컷오프, 샘플 및 규제 사항'을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동반진단의 동향과 개발 전략을 공유했다. 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실제 승인 사례를 중심으로 동반진단 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컷오프 설정'에서 핵심 전략을 소개했다.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
바이오마커와 동반진단은 현장에서 자주 혼용되지만, 규제 관점에서는 분명히 구분된다. 바이오마커는 질병의 상태를 진단하거나 예후를 예측하고, 치료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데 활용되는 생체 지표 전반을 의미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반면 동반진단(CDx)은 특정 치료제를 사용할 ‘대상 환자군’을 지정하기 위해 규제기관이 정의한 기준에 따라 승인되는 체외진단(IVD) 의료기기다. 즉, 특정 바이오마커가 특정 치료 요법을 결정하는 ‘필수 요소’가 되는 순간, 이는 규제 승인을 거쳐야 하는 동반진단이 된다.
동반진단은 특정 약물과 짝을 이뤄 승인되며, 약물 라벨에 해당 검사가 필수임이 명시된다. 대표적 사례가 키트루다 처방을 위해 요구되는 PD-L1 검사다.
동반진단 개발의 핵심은 컷오프(양성 판정 기준)' 설정이다. 이는 어떤 환자가 치료 대상이 될지 결정하는 최종 관문으로, 승인 단계에서 시장 규모와 적응증을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
문 대표는 "초기 단계에서는 전임상 또는 초기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잠정 기준을 세우다보니 시행착오가 있을수 있다"면서 "임상 진행 및 규제기관 검토 과정에서 바이오마커 정의나 컷오프가 끊임없이 최적화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번 허가 라벨에 고정된 컷오프는 임상적 근거(Evidence)와 직결되기에 사후 수정이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컷오프 전략으로 시장 판도를 바꾼 대표 사례는 바로 키트루다다. 면역항암제 개발 초기 머크는 경쟁사 BMS에 약 4년 뒤처져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PD-L1 발현을 기준으로 환자를 선별하는 전략을 택했다. 당시 환자군을 좁히는 것이 상업적으로 불리하다는 우려와 종양 내 이질성과 원발암·전이암 간 차이 등으로 PD-L1이 완벽한 바이오마커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크는 PD-L1 고발현 환자(TPS ≥50%)만을 선별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키트루다는 압도적인 반응률을 증명하며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의 표준으로 등극됐다. 명확한 환자 선별 전략이 오히려 임상적 설득력을 높인 셈이다.
반면 엘라히어는 컷오프 조정이 약물을 구한 사례로 꼽힌다. 임상 3상(FORWARD I)에서 컷오프(발현율 ≥50%) 설정 오류로 실패했으나, 사후 분석에서 기준을 '75% 이상 고발현’으로 상향 조정하여 재도전한 결과 2024년 정식 승인을 획득했다. 문 대표는 “50%에서 실패한 뒤 개발을 포기했다면 이 약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전략적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검체 활용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암 조직 검사가 표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조직 채취의 한계와 종양의 동적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혈액 기반의 ‘액체 생검(ctDNA NGS)’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카프마티닙과 테포티닙의 MET exon14 변이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카프마티닙은 조직 기반 전략을 채택했고, 테포티닙은 조직과 혈장을 통합한 전략으로 허가를 받았다. FDA는 혈장 검사에서 음성이 나올 경우 조직 검사를 추가로 권고하는 방식으로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원칙적으로 FDA는 치료제와 동반진단기기의 '동시 승인(Contemporaneous Approval)'을 기본으로 한다. 다만 심각한 희귀 질환이나 특정 바이오마커 환자가 극히 적은 경우에는 치료제를 우선 승인하고 진단기기를 사후 보완하는 예외를 적용하기도 한다.
- 사후약방문 금물 "선제적 바이오마커 전략 필수"
문 대표는 "동반진단은 약물과 손잡고 같이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제와 CDx가 동시에 승인되는 규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파이프라인 후반부에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실패한 임상 결과를 사후적으로 재분석해 바이오마커로 환자군을 다시 좁히는 전략은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파이프라인 기획 단계부터 표적 생물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컷오프를 설계하고, CDx 기기를 신약과 공동 개발하는 선제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특히 FDA가 향후 실험실 자체 개발 검사(LDT) 의존도를 낮출 계획인 만큼, 임상 초기부터 분석적 검증이 완료된 상업용 진단 시약을 확보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