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글로벌 빅파마 암젠의 '루마크라스'는 케이라스(KRAS) G12C 변이를 표적하는 첫 폐암 치료제다. 2021년 미 식품의약국(FDA) 가속 승인 관문을 뚫어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FDA 자문위원회는 임상 3상 연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이후, FDA는 정식 승인을 거절했다.
그렇다면 FDA가 정식 승인을 거절한 이유가 뭘까. 국내 제약 업계가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대목이 있을까.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가 25일, 온라인 강연회를 통해 그 해답을 제시했다. 문 대표가 FDA 자문위 원문을 토대로, 제시한 숫자 키워드는 '23명'이다. 업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문 대표의 현장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전한다.
루마크라스(성분명 소토라십)는 개발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KRAS G12C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유일한 표적 치료 신약이기 때문이다.
소토라십은 가속 승인을 받고 임상 3상(CodeBreaK 200) 결과를 토대로, FDA에 정식 승인을 했는데, 놀랍게도 FDA 자문위(ODAC)는 승인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데이터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는 지난해 10월에 열렸다. 결론적으로 소토라십 정규 승인 여부에 대해 10명은 반대했고 2명은 찬성했다.
이는 매우 드물고 놀라운 사례다. 이런 부분들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업계가 배울 점이 많다.
루마크라스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서는 먼저 임상 3상 디자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차 평가변수는 무진행생존기간(mPFS)이었다. 2차 평가변수는 생존기간(OS)였다.
소토라십 임상 3상 참여자의 숫자는 성인 비소세포 폐암 환자 345명이었다. 소토라십 투여군은 171명, 도세탁셀 투여군(대조군)은 174명이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도세탁셀 투여군 174명 중 23명이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FDA가 소토라십 3상 데이터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일단 배경 설명을 하자면, 소토라십은 경구 약이고 도세탁셀은 주사제다. 기본적으로 임상 시험에서 이중맹검과 무작위배정 대조군 임상 연구가 불가능하다. 이미 투여를 하는 순간 환자가 어떤 약제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오픈라벨 임상이란 뜻이다.
문제는 의사나 환자, 환자 주변의 사람들, 의사 아닌 다른 의료인들이 모두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는지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도세탁셀을 맞고 싶은 환자가 소토라십 투여군에 배정됐다면, 임상을 포기한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도세탁셀 투여군은 신약 즉, 소토라십을 복용할 줄 알고 임상에 참여했는데 주사제라는 것을 알게 되면 임상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는 암젠에 묻는다. "대조군에서 23명, 즉 비율로 따지면 13%의 환자들이 무더기로 빠져나갔는데(하지만 소토라십 투여군은 1%) 해당 데이터가 의미가 있느냐"라고 말이다.
임상에서 무작위배정(randomization)할 때는 양군 간의 차이가 공평하도록 굉장히 애를 쓴다. 그만큼 중요한데 도세탁셀에서 23명이 빠져나갔다면, 임상 3상 무작위 배정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이는 도세탁셀 투여군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요인이다. 특히 대조군에서 도세탁셀을 복용하고 예후가 좋을 것으로 생각하는 환자들이 빠졌다면 도세탁셀 데이터에 대한 신뢰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FDA는 재차 질문을 던졌다. "PFS는 개선됐지만 OS가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잠재적인 비뚤림(Bias)이 발견됐는데 해당 데이터가 안정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느냐"라고 말이다.
때문에 FDA 자문위는 루마크라스 투여군이 5.6개월, 대조군이 4.5개월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에서 5주의 차이가 나타났다는 임상 3상 데이터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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