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기회로 (진료 현장 외에도) 신약개발 등 의사들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단지 동떨어지고 생소한 분야라고 겁먹지 않고 시야를 넓혀 의사들이 폭넓은 기여를 하면 좋을 것 같다.”(메디라마 김인영 메디컬 디렉터)
“종양학 분야에서 신약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 신약개발 현장에서 환자들의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메디라마 구서영 메디컬 디렉터)
우리나라 의사들도 이제 진료실 밖에서 활약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의사들이 임상 현장 경험을 살려 신약개발의 임상시험 전반과 개발을 총괄하는 역할도 종종 볼 수 있다.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국산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역시 개발사들의 노력에 국내 의료진의 힘이 더해져 빛을 보게 됐다.
임상개발 전문기업 메디라마에도 신약개발이라는 새로운 길에 뛰어든 의사들이 있다. 김인영 메디컬 디렉터(상무)와 구서영 메디컬 매니저(과장)이 그 주인공들. 진료실 밖으로 뛰쳐나간 그들의 신약개발 도전기를 들었다.
한편 2021년 설립된 메디라마는 임상개발 전문기업으로 항암제 개발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임상개발 전략 수립, 임상시험 운영, 개발 과정 등의 각종 문제 해결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기소개와 함께 메디라마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김인영 메디컬 디렉터(이하 김인영): 작년 5월에 합류했다. 그 전에는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로 임상 현장에 있었다. 류마티스내과는 면역학과 연계된 질환을 연구하는데 다양한 면역조절제와 생물학적제제가 등장하며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자연스럽게 신약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종양학(oncology) 분야에도 면역학이 접목된 면역종양(immuno-oncology) 분야가 등장하면서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고, 신약개발 업무를 할 수 있는 메디라마에 합류하게 됐다.
구서영 메디컬 매니저(이하 구서영): 작년 11월에 합류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 생활을 한 뒤 다양한 연구실에서 경험을 쌓았다. 인턴 마친 뒤 몇년간 다양한 경험을 해 보는 게 목표였다. 병원 밖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외국의 진료 현장이나 국내 연구소에 경험하다가, 기업에서도 경험을 쌓고 싶어 지난해 메디라마에 합류하게 됐다. 향후 혈액종양내과를 지망했기 때문에, 항암제 개발 프로젝트를 활발히 하는 메디라마에 큰 매력을 느꼈다.
-메디라마에서는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나.
김인영: 주로 신약개발 바이오텍과 일을 한다. 초기 타깃과 적응증 선정 등 신약개발을 위한 초기 단계의 연구(research)를 한다. 이를 요약하면 메디컬 모니터(medical monitor)라고 할 수 있다. 임상 연구에선 환자의 안전성(safety)과 관련된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을 문한림 대표와 함께 하고 있다. 여기에 상업화에 중요한 사업개발(BD) 부문에서도 협업하는 등 신약개발 전주기에 걸친 업무를 하고 있다.
구서영: 메디컬 모니터 부문에서 조력자 역할을 한다. 김 상무님과 대표님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고, 임상시험의 효능과 안전성 관련된 전자데이터수집(EDC) 자료를 정리하는 등 통계 분석을 주로 하고 있다. 또 최근 신약 모달리티로 각광받고 있는 항체접합의약품(ADC) 관련해 임상 약학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주제로 외부 약대 연구팀과 함께 논문도 작성하고 있다.
-메디라마에서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김인영: 신약개발 임상은 개발에 필요한 무결한 데이터를 얻는 과정이다. 그만큼 정보 수집의 기반이 되는 EDC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신약개발의 초기 연구를 수행하며 신약 개발 초기 단계를 경험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MD로서 환자 진료에만 몰두했는데, 이 경험을 신약개발에도 녹일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
또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신약개발 시놉시스를 개발하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바이오텍의 신약개발 전 주기 프로젝트를 통해 타깃을 선정하고 경쟁약물을 분석하고 직접 후보물질 도출까지 이끌어냈던 경험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글로벌 규제기관과 다양한 해외 인력과의 협업 경험을 통해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도 뜻깊었다.
구서영: FDA와 국내 식약처, 임상 책임자(PI) 등과 소통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각 전문인력의 임상적 관점에 따른 우려사항 등에 대해 바이오텍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뿌듯했다. 임상의가 전문 지식을 기반으로 어떤 전략을 펼칠지 능동적으로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임상의 관점에서 국내 신약개발 바이오텍의 보며 어떤 점을 느꼈나.
김안영: 신약개발 초기부터 장기적 임상 개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내 바이오텍이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기술이전 등을 많이 하지만 기술이전이 최종 목표는 아닐 것이다. 결국 그 물질이 품목허가를 받고 환자까지 닿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선 개발 초기부터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임상적 관점과 목표를 갖고 신약개발이 시작돼야 한다.
구서영: 생명과학 전공자와 약대를 졸업한 분들이 주로 신약개발에 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메디라마에서 일해보니 임상 경험이 역시 신약개발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느꼈다. 개발 초기부터 임상 현장의 니즈(needs)가 반영된다면 신약개발 성공 확률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료 현장이 아닌 다른 진로를 고민하는 의대생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김인영: 새로운 세상에 대해 겁먹지 말라고 꼭 말하고 싶다. 다양한 기회를 통해 여러 분야에 뛰어들었더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신약개발 산업계를 경험하니 진료 현장의 최전선에 계신 의료진을 더욱 존경하게 됐다. 하지만 시야를 확장해 보니 꼭 진료 현장만이 아니더라도 의사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었다. 새로운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다양한 기회에 늘 도전하길 추천한다.
구서영: 임상 환자에서 환자를 직접 보는 일은 고귀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임상현장 밖에서도 신약개발 등 환자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이제 의사들도 임상 현장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고 자신의 가치를 합당하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을 기르기 위해선 산업계 경험도 도움일 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다양한 경험을 쌓다가 임상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지만, 이런 다양한 경험이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