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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토크] MSD, 지아이이노베이션에 또 '키트루다' 제공 왜?

  • Writer:관리자
  • Date:2024-09-02
  • Source:더바이오

-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 윤나리 지아이이노베이션 전무
- MSD와 올 3월초부터 공동임상 얘기 시작…6개월도 안돼 계약
- “GI-102, T세포 및 NK세포 증식시켜…키트루다, 이들 면역세포 탈진 억제”
- “GI-102, IL2v3에 CD80 융합…독성 감소, 효능 증대 보여
- “조절 T세포(Treg)도 억제할 수 있어, 보통의 인터루킨-2 한계 넘어”
- “빠른 승인 위해 흑색종 대상 FDA에 희귀질환의약품 지정 신청”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이사(왼쪽)와 윤나리 지아이이노베이션 전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더바이오 자료)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이사(왼쪽)와 윤나리 지아이이노베이션 전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더바이오 자료)

[더바이오 이영성 기자] 다국적제약사 MSD(미국 머크)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많은 바이오텍들이 자사의 항암 후보물질과 병용요법으로 개발하고 싶어하는 최고의 면역항암제로 손꼽힌다. 따라서 어떤 바이오텍의 병용요법 임상에 키트루다가 제공된다는 것은 MSD로부터 일정 수준의 임상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도 여겨질 만큼 흔치 않은 사례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GI Innovation)은 국내 최초로 MSD로부터 키트루다를 두 번 연속 제공받는 임상 협력 및 공급 계약을 맺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에 키트루다의 파트너가 된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약물은 바로 인터루킨(IL)-2 기반의 면역항암물질 'GI-102'다. 이보다 앞서 키트루다와 병용 임상 중인 GI-101A에 이은 두 번째 협력 체계다. 

MSD가 여러 인터루킨-2 물질 중 GI-102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임상중개전략 부문장인 윤나리 전무(이하 윤 전무)와 이 회사의 임상 자문을 맡고 있는 메디라마의 문한림 대표(문 대표)가 <더바이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에 시작할 GI-102와 키트루다 병용투여 임상2상은 면역항암제 치료에 불응하거나 내성을 획득해 더 이상 치료옵션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오는 10월부터 첫 환자 투여가 이뤄질 계획이다. 타깃 암종은 전이성 흑색종, 간암, 신장암(신세포암)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미 GI-102 단독요법에서 총 5건의 부분반응 (PR), 특히 표준치료에 실패한 흑색종 환자에서 객관적 반응률(ORR) 42.9%(7명중 3명 PR)로 강력한 항암활성을 확인한 바 있다. 전임상 간암 모델에서도 GI-102 단독요법만으로 쥐 10마리 중 6마리에서 완전관해(CR)가 관찰됐다.

임상2상은 메이요 클리닉, 클리블랜드 클리닉,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 등 전 세계 최고 병원들을 포함해 국내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성빈센트병원 등 약 11개의 의료기관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임상2상 디자인에 대한 소개

윤 전무 : 이번 임상2상은 GI-102와 키트루다의 항암 활성을 전이성 흑색종, 간암 그리고 신장암 환자에게서 평가하게 된다. 각각 20명씩 모집하는데 중간분석을 통해 결과가 좋으면 각각 최대 40명씩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해 충분한 환자 수에서 항암 활성을 평가할 수 있게 했다. GI-102 단독으로 강력한 항암 활성을 보였던 흑색종은 가속승인이 목표다. 이를 위한 추가 임상2·3상이 내년에 시작될 예정이다.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이사(왼쪽)와 윤나리 지아이이노베이션 전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더바이오 자료)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이사(왼쪽)와 윤나리 지아이이노베이션 전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더바이오 자료)

MSD와 공동 임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배경은

윤 전무 : 먼저 GI-101A가 키트루다와 병용 임상을 진행 중이기도 하지만, GI-102에 대해선 MSD와 올 3월초 부터 공동 임상 얘기가 시작됐다. 그 뒤 6개월도 안 돼서 계약서 서명을 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흑색종에서 보인 강력한 단독요법 항암 활성이 이번 두 번째 협업의 단초가 됐다. 선행 GI-101A 임상을 진행하며 MSD와 긴밀히 협력하며 신뢰를 쌓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작용기전 상으로도 GI-102가 T세포와 NK세포를 증식시키는 한편, 키트루다가 이들 면역세포의 탈진을 억제할 수 있어 시너지가 기대된다. 일단 정맥주사(IV)용으로 협력을 시작하는 것이고, 향후 피하주사(SC) 제형도 가능하다. 

키트루다가 첫 임상, 즉 1상을 진행했을 때 면역항암제를 투여받은 적이 없는 모든 암종을 대상으로 ORR 16.7%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GI-102는 면역항암제를 투여하고 내성이 생기거나 불응한 환자에서 비슷한 수준의 ORR을 보인다. 여기에 GI-102가 임상1상에서 흑색종 환자 대상 ORR 42.9%(7명 중 3명 PR)를 보여, 흑색종 등에서 키트루다를 병용한다면 ORR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문 대표 : PD-1 억제제와 PD-L1 억제제가 그 동안 30개 정도 적응증을 확보했고 모든 항암 치료의 기본으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면역항암제를 사용하고 더 이상 약효가 안 나온다면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수요(unmet needs)가 크다. 악성 흑색종과 신세포암은 상대적으로 면역항암제가 잘 듣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면역항암제를 쓰고나서 내성이 생기는 경우 역시 적절한 치료 대안이 없다. GI-102와 키트루다가 흑색종에서 각각 보인 반응률만 더해봐도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항암 활성에 시너지까지 보인다면 더할나위 없다. 면역항암제 실패 이후 치료제가 없는 환자들에게서 병용 치료의 임상적 유용성이 굉장히 기대되는 개발법이다. 

GI-102의 임상1·2a상 초기 데이터 결과를 설명해달라

윤 전무 : GI-102는 고용량(0.45mg/kg)에서 림프구 수를 투약 전후 약 6배로 늘려 기존 승인받은 IL-2 프로류킨(Proleukin), 다른 글로벌제약사 IL-2 제제가 3배 미만인 것에 비해 압도적이다. 림프구 수가 3배 이상 늘어났을 때 환자들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이 크게 늘어났다. 

이는 GI-102의 낮은 독성으로 인해 고용량 투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GI-102 고용량은 프로류킨 고용량(0.037mg/kg)의 2.4배 수준이고, GI-102의 반감기는 최대 46시간으로 프로류킨이 약 10분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GI-102는 IL2v3에 CD80을 융합하면서 독성 감소, 효능 증대 효과를 보였다.

출처 : 지아이이노베이션
제공 : 지아이이노베이션

GI-102가 독성은 줄이면서 효능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작용기전은

윤 전무 : 표적화를 통해 독성을 줄이면서, 항암 활성 면역세포 증식 및 활성화를 극대화하는 것이 GI-102의 핵심 작용이다. 

즉, GI-102를 투여하면 체내 면역세포가 많아진다. 체내에서 면역세포 자체 숫자를 늘릴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사이토카인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키트루다가 면역세포에 결합할 타깃이 많아지다 보니 키트루다가 더 잘 작용할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GI-102에는 CD80을 붙였다. 이 CD80이 면역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인 CTLA-4와 PD-L1에 달라붙을 수 있다. 원래 CTLA-4와 PD-L1 때문에 면역세포의 탈진이 오는데, GI-102는 CTLA-4와 PD-L1을 억제함과 동시에 인터루킨-2 신호를 보내주어 면역세포 탈진 없이 그 수를 증가시킨다. 

특히 조절 T세포(Treg) 수치가 올라가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거의 모든 인터루킨-2가 Treg 수치를 높이지만, GI-102는 Treg을 억제할 수 있어 보통의 인터루킨-2가 갖는 한계를 넘을 수 있다. CD80이 CTLA-4에 붙어 Treg 작용을 저해하는 작용이다. 

문 대표 : 결과적으로 GI-102의 핵심 작용은 인터루킨-2 고유의 기능인 면역 T세포 수를 늘리고, 동시에 CTLA-4와 PD-L1을 억제하면서 면역세포 탈진을 막는다. 더 중요한 것은 면역억제를 일으키는 Treg 수치는 높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Treg의 존재가 굉장히 위험한데 이걸 억제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최근에 전세계가 Treg 억제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반감기가 길다 보니 면역세포 활성 기간이 길다. GI-102의 면역세포 증가 기간은 약 3주인 반면, 보통의 인터루킨-2의 경우 하루 안에 모두 사라진다.

NK세포도 T세포와 같은 원리로 작용하는가

윤 전무 : GI-102 투여시 NK세포도 많이 늘어나는데, 인터루킨-2 수용체를 가장 많이 발현하고 있는게 바로 면역 T세포와 NK세포다. GI-102의 CD80이 PD-L1을 억제해 NK세포가 더 활성화된다. 

왜 흑색종과 간암, 신장암을 타깃 암종으로 정했나.

문 대표 : GI102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인터루킨-2는 흑색종과 신장암에 대해 허가를 받아 2011년 새로운 면역항암제가 승인받기 전까지는 흔히 쓰였다. 하지만 부작용이 매우 심해 임상의들이 사용하기를 꺼리던 항암제였다. 

이번 임상에서 중요한 것은 이 임상 대상이 ‘면역항암제 불응성 또는 내성’ 흑색종, 간암 및 신장암이라는 점이다. 적절한 치료제가 없고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다는 것은 가속승인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회사는 빠른 승인을 위해 최근 흑색종을 대상으로 미국 FDA에 희귀질환의약품을 신청하기도 했다. 

최근 리피류셀이라는 약제가 면역항암제 불응성 또는 내성 흑색종에서 약 130명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속승인을 받았다. 면역항암제 내성 환자를 공략하는 것은 빠른 개발과 승인이 중요한 바이오텍으로서 좋은 임상 전략으로 본다.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이사(왼쪽)와 윤나리 지아이이노베이션 전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더바이오 자료)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이사(왼쪽)와 윤나리 지아이이노베이션 전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더바이오 자료)

앞으로 임상 계획은 어떻게 되나

문 대표 : 최근 항암제 개발은 경쟁이 극심하기 때문에, 중요한 성공 요인은 급변하는 미충족 요구에 따른 적응증의 선정, 타깃 선정과 물질의 우수성, 그리고 빠른 속도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의 미션은 앞으로 최대한 빨리 임상을 끝내는 것이다. 20명에 대한 안전성을 빠르게 확인하고 나머지 암종마다 20명 환자에 대한 연구도 바로 이어질 예정이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흑색종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허가 임상2상을 추가할 것이다. 2026년 3분기 생물학적제제 가속승인을 신청하는 게 목표다. 물론 초반 임상 결과를 보고 신속심사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MSD와 협력 소감은

윤 전무 : MSD라는 든든한 파트너가 생겨 날개를 단 것 같다. 상용화 문턱을 넘는데 키트루다와 병용요법은 그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기술이전은 공동 임상과 무관하게 계속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MSD와 공동 임상으로 상용화를 위한 좋은 여건이 마련됐으면 한다. 환자들을 위해 좋은 약을 개발하는 게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문 대표 : FDA는 항암제 병용 임상을 할 경우 각각의 항암제의 기여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검토를 한다. 따라서 GI102가 악성 흑색종 환자 7명 중 3명의 환자에게서 반응이 있었다는 사실은 규제 기관에서도 환영할 만한 만하다. GI-102는 키트루다와 각자의 역할이 정말 뚜렷하고, 지아이이노베이션도 상당히 공격적인 개발 플랜을 갖고 있다. 짧은 시간 내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면역항암제가 미국서 허가 받아 실제 쓰이고, 환자와 의료진의 큰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백그라운드는 충분히 마련됐다고 본다.